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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호 비정규이슈] 안전책임의 회피, 위험의 외주화
글쓴이 관리자 날짜 2016-09-19 14:04:33 조회수 52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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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책임의 회피, 위험의 외주화 <간접고용과 산업재해>

사후약방문. 사고는 장소만 달리하여 다가왔다. 문제가 2기, 3기 진행된 암처럼 곯아야 비로소 수술을 시작하는 관행은 좀처럼 바뀌지 않는다. 사실 스크린도어 정비용역근로자 김군이 당한 재해는 이것보다 더하다. 이미 동일한 사건이 앞서 2건이나 발생을 했고 그에 대한 대책도 나왔다. 그러나 겨우 내놓은 2인1조 정비'규정'은 다시 찾아온 사고를 막지 못했다. 비슷한 시기에 일어난 남양주 지하철 공사의 사상자들 가운데 상당수도 김군과 같은 간접고용1) 근로자였다.
 
 고용노동부 자료2)에 따르면 중대재해3)로 인한 사망자 가운데 하청업체 직원 비율은 2012년 37.7%, 2013년 38.4%, 2014년 6월말 시준 39.7%로 증가하고 있으며, 중대재해 발생 사업장 중 하철업체 비율도 2012년 36.4%에서 2014년 6월 현재 39.1%로 증가 추세에 있다. 이는 사내하도급과 같이 간접고용된 근로자들이 처한 노동환경이 열악하다는 것을 말해준다.

 한국노동연구원이 지난해 12월에 발간한 '사내하도급과 산업안전'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사내하도급 근로자들이 노동을 하며 마주하게 되는 위험의 정도가 어느 정도인지 좀더 정확하게 알 수 있다. 연구원은 사내하도급 근로자와 아닌 자 간에 위험 노출 강도를 비교하였다. 위험은 크게 물리적 위험, 근골격계 위험, 정신적 위험으로 분류하였으며, 그 노출강도는 해당 위험에 노출되는 근무시간을 0에서 1사이 값으로 환산4)하여 측정하였다.
 이에 따라 각 위험별 노출상도의 경우를 비교하면 다음과 같다.
  사내하도급이 아닌 근로자 사내하도급근로자 차이
물리적 위험 0.845 1.164 37.8%
근골격계 위험 1.440 1.747 21.3%
정신적 위험 1.025 1.077 5.1%

 사내하도급 노동자가 업무상 사고 및 질병으로 인한 결근한 비율 또한 사대하도급이 아닌 근로자와 차이를 보인다. 사내하도급 노동자가 업무상 사고·질병으로 결근할 확률은 제조업의 경우 10.0%, 비제조업은 5.2%였다. 이에 대해 연구원은 "사내하도급 근로자들이 그렇지 않은 근로자들에 비해 주관적으로 느끼는 위험요소에 대한 노출강도 및 노출량, 결근의 발생확률 모두에서 더 큰 위험에 직면하고 있으므로 사내하도급 근로자들이 산업안전 측면에서 나타나는 이러한 격차나 차별에 대해서도 좀 더 면밀한 정책적 판단과 고려가 수행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와 같이 사내하도급이 산업안전과 관련하여 구조적으로 취약한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먼저, 원청업체의 하청업체 선정이 주로 최저가입찰방식으로 이루어진다는 점이 거론된다. 낮은 단가에 사업을 낙찰받은 하청업체는 수익을 내는 방법으로 비교적 쉬운 방안인 인건비 지출을 줄이는 것을 택하고, 이에 따라 임금을 많이 지급해야 하는 숙련공 대신 상대적으로 값싼 비숙련공을 채용하게 되며, 더불어 산업안전을 위한 예방활동 등에서도 배제될 가능성이 높게 된다.

 다음으로 하청업체가 설비투자능력이 부재한 상태에서 수익을 내기 위해 무리하게 공기를 단축하면서, 안전한 작업환경을 조성하기 어렵게 된다. 더불어 하청근로자들은 열악한 노동환경과 잦은 이직으로 근속이 짧기 때문에 작업장에 대한 적응도가 상대적으로 낮을 수 있다는 점도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이러한 구조적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하청업체에 압박이 되는 최저가낙찰제보다는 입찰가격과 기술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여 원청에 최고가치를 줄 수 있는 업체를 낙찰자로 선정하는 방식인 최고가치낙찰제의 도입을 고려해봐야 한다. 단순히 하청업체로 하여금 인건비 지출감소가 아닌 다른 인사노무관리를 통하여 지출을 감소시키거나 수익을 증대시키도록 유도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현행 산업안전보건법상 '근로자'의 범위를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는 산업안전보건법의 적용대상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국한되어있다는 점에 주목하는 것이다. 사내하도급 근로자의 경우 원청의 안전책임이 없다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산업안전 또한 사회보험과 같이 근로자뿐만 아니라 더 넓은 범위에서 보호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와 같은 대안이 어렵다면 산업안전보건법상 독급시의 안전·보건조치 강화나 사업장의 안전담당 관리자가 아닌 사업주에 대한 산업안전관련 책임 강화가 필요하다.

 


1) 간접고용이란 기업의 필요에 따라 타인의 노무를 이용하지만 노무제공자와 근로계약을 직접 체결하지 않고 타인에게 고용된 근로자를 이용하는 고용형태를 말한다. 이러한 의미에서 간접고용의 유형은 근로자공급, 근로자파견, 용역, 도급, 위탁, 사내하청, 소사장, 전출, 점원파견 등 다양하다. 
2) 은수미 전 의원실 발표, 2014년 10월 17일
3) 산업안전보건법 제2조 7호. "중대재해"란 산업재해 중 사망 등 재해 정도가 심한 것으로서 고용노동부령으로 정하는 재해를 말한다.
   산업안전보건법 시행규칙 제2조 1항. 산업안전보건법 제2조 제7호에서 "고용노동부령으로 정하는 재해"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재해를 말한다.
   1. 사망자가 1명 이상 발생한 재해
   2. 3개월 이상의 요양이 필요한 부상자가 동시에 2명 이상 발생한 재해
   3. 부상자 또는 직업성질병자가 동시에 10명 이상 발생한 재해
4) '절대 노출 안됨'을 0, '거의 노출 안됨'을 0.1, '근무시간의 1/4'을 0.25, '근무시간 절반'을 0.5, '근무시간 3/4'을 0.75, '거의 모든 근무시간'을 0.9, '근무시간 내내'를 1로 환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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